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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Covid-19 and Hotel Market Outlook] 함은광 호텔리시스 대표

기사승인 2020.06.01  11: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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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동의 글로벌 호텔 산업"

   
 

“코로나19로 촉발된 지금의 고통스러운 상황은 길게 보면 호텔 산업의 흐트러진 가치사슬이 재정비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고성장기에 자산을 덜어내고 기동력을 극대화했던 이들이 재무구조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경쟁이 과열되던 온라인 유통 채널들과 공유 플랫폼들의 궤도 수정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호텔 산업과 블랙스완

STR이 발표한 2019년 2월 대비 2020년 2월의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호텔 Occupancy 변동을 보면, 중국이 89.9%에서 14.0%로, 싱가포르가 93.3%에서 46.4%로, 우리나라가 72.7%에서 42.7%로, 일본이 87.1%에서 64.7%로 줄었다. 아시아 전체로 보면, Occupancy는 78.9%에서 41.2%로 줄었고, ADR은 1.9% 상승한 $107.35, RevPAR는 36.5%가 줄어든 $44.27를 기록했다. 이때까지 미국이나 유럽의 호텔 시장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코로나19의 본격적인 확산 모드에 돌입한 3월이 되면서 호텔 시장에 본격적인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9년 3월 대비 2020년 3월 미국 호텔 시장의 통계를 보면, Occupancy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3%가 줄어든 39.4%, ADR은 16.5%가 줄어든 $110.66, RevPAR는 51.9%가 줄어든 $43.54였다. 유럽의 경우, Occupancy는 61.6%가 줄어든 26.3%, ADR은 8.1%가 줄어든 €96.13, RevPAR는 64.7%가 줄어든 €25.27였다. 같은 시기 아시아 시장에서도 코로나19의 파괴력은 잦아들지 않았다. Occupancy는 59.5%가 줄어든 28.3%, ADR은 17.6% 줄어든 $80.82, RevPAR는 66,7% 줄어든 $22.85를 기록했다.

사실 코로나19 전에도 글로벌 호텔 산업은 다양한 ‘블랙스완’(극단적으로 예외적이어서 발생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을 의미하며, 9/11 테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을 지속적으로 겪어왔다. 오일쇼크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제적 위기들이 있었고, SARS나 MERS처럼 전염병의 창궐 또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그러나 돌아보면 대부분의 이벤트들은, 비록 넓은 범위의 시장에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지협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전 세계 어딘가에는 그로부터 자유롭게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갔던 곳이 있었고, 그 시장들이 글로벌 호텔 시장의 회복에 기초 체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SARS가 아시아 시장들을 초토화시켰던 2003년의 전년 대비 RevPAR를 보면, 일본이 9.6%, 홍콩이 11.4%, 싱가포르가 17.2%, 우리나라가 20.4%의 감소했던 반면, 세계 최대의 호텔 시장인 미국은 0.5%의 성장을 보였다. 원래 절대적으로 내수 수요의 비중이 높은 일본의 경우 원래 변동이 크지 않은 반면, 외수 수요의 비중이 높은 시장들의 경우 낙폭이 크게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외수 수요가 2002년 월드컵 직후 급감하면서 상대적으로 더욱 큰 타격을 받았었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09년의 RevPAR를 보면, 미국이 16.5%, 일본이 19.3%, 홍콩이 23.2%, 싱가포르가 27.8% 감소했던 반면, 우리나라는 6.7%의 견실한 성장을 보였고, 특히 서울은 12.4%의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다른 나라들이 수요의 급감으로 고전하는 동안, 우리나라의 호텔 시장은 아시아에 휘몰아친 한류 열풍을 따라 한국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로 빈 방을 찾기 어려울 만큼 호황을 누렸다.

 

시장주기와 양적완화

코로나19는 전 세계 호텔 시장에 걸쳐 과거 어떤 ‘블랙스완’보다 거대한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아직까지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반전의 모멘텀을 보이는 곳이 마땅히 눈에 띄지 않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코로나19의 여파는 상상 이상으로 오래 지속될 수 있고 충격 또한 전례 없이 거대할 수 있어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 글로벌 호텔 산업이 보여주는 처참한 숫자들이 단순히 코로나19만의 영향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호텔 산업은 다른 부동산들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의 시차에 의한 주기가 나타난다. 호텔 수요가 급격한 증가를 보이면 많은 이들이 호텔을 신축하거나 다른 시설을 호텔로 용도변경하면서 공급을 늘려왔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된 신규 공급 물건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에는 대략 3~4년이 소요된다. 즉, 공급 증가가 현실화되는 시점에는 수요가 정체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러한 패턴이 항상 똑같이 나타났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한류 열풍을 따라 급성장하던 호텔 시장에 고무된 정부가 2012년 ‘관광숙박시설법’을 통해 호텔 공급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이상으로 부풀렸다. 이후 2018년까지 전국 호텔업 사업체수는 연평균 14.1%, 객실수는 연평균 9.8% 증가한 반면, RevPAR는 연평균 2.5% 감소하며 호텔 시장이 바닥을 헤매기 시작했다.

반대로 미국의 경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수요를 회복한 2012년 이후,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상황에서도 과거와 같은 급격한 공급 증가가 뒤따르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디폴트와 파산의 물결을 지켜본 시장의 투자자들이 잔뜩 몸을 움츠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과거에 비해 오랜 기간 성장세가 꺾이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다.

   
 

 

미국의 성장세가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었던 데에는 공급 증가가 사라진 것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이 있었다. 실물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하자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장에 돈을 풀었던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한동안 이렇게 풀린 돈이 계획했던 대로 호텔 상품의 소비에까지 이어지며 호텔 시장을 지탱했다.

그러나 이른바 양적완화에는 항상 ‘테이퍼링’(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것으로, 정부가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시행하던 국채 등의 자산매입 조치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의미한다)에 대한 공포감이 따라다닌다. 결국 풀린 돈이 어딘가에 묶이기 시작하면서 성장이 둔화되고 경제 전반에 하강기류가 거세어지게 된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호텔 시장은 고점에 머무른 지가 한참이나 되었고,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하면서 하강기류가 거세어지던 참이었다. 어디에서 폭탄이 먼저 터지게 될 것인지의 문제였던 셈인데, 우연히 발생한 코로나19가 그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양적완화와 호텔 산업

3월 초부터 미국은 연일 대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꺼내 들며 공격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제 미국은 사실상 제로 금리 시대에 접어들었고, 연준은 더 나아가 달러를 찍어내며 국채와 MBS(주택저당증권 Mortgage Backed Securities. 은행이나 보험사가 보유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유동화전문회사가 인수하고,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발행한 유동화 증권을 의미한다)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그 뒤를 따랐고, 한국은행 또한 비은행권 금융회사에까지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며 조심스럽게 양적완화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세계화의 가치사슬이 흔들리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한동안은 누구도 쉽게 '테이퍼링'을 꺼내 들기 어려워 보인다.

호텔 산업의 관심 또한 이렇게 늘어난 유동성이 호텔 산업의 활기를 얼마나 되찾아줄 것인지의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하나는 늘어난 유동성이 호텔 상품에 대한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늘어난 유동성이 호텔 기업이나 부동산의 자산 가치 상승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면, 양적완화를 통해 소비가 회복되면서 실물 경제의 활력이 살아난 경우는 미국 외에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양적완화를 통해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다만, 기업이나 부동산의 가치는 그로부터 창출되는 현금흐름에 직결되기 때문에 ‘블랙스완’의 영향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단지 현금흐름 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영향이 완화되어 나타날 뿐이다.

   
 

 

우리나라의 호텔 산업

코로나19는 전 세계인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것으로 예상되고, 불특정 다수의 이용을 전제로 하는 호텔 산업 또한 깊은 상처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다만, 코로나19는 글로벌 호텔 산업의 고질적 문제였던 유통과 가격 체계의 변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보인다. 교통과 시설의 편의성, 또는 서비스의 수준이 아니라, 테러, 자연재해, 전염병 같은 불가항력적 요인들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에 따라 새로운 가격 체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유리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결국 다른 국가들의 빗장이 풀려야 하는 외수 수요 의존적 시장이라는 한계와 ‘관광숙박시설법’에 의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또 다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자산의 가치 측면에서 코로나19는 우리나라의 호텔 산업에 기회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선, 유동성이 자산 시장에 흡수된다는 것은 많은 호텔들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다른 국가들과 ‘디커플링’(국가와 국가, 또는 한 국가와 세계의 경기 등이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다른 국가나 보편적인 세계 경제의 흐름과는 달리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되는 시장주기가 또 다시 나타난다면 우리나라 호텔 자산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글로벌 호텔 투자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완화해줄 수 있는 자산이라는 사실이 입증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에는 기축통화 대비 원화 환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과거와 같은 인위적 공급의 변화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지금의 고통스러운 상황은 길게 보면 호텔 산업의 흐트러진 가치사슬이 재정비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고성장기에 자산을 덜어내고 기동력을 극대화했던 이들이 재무구조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고, 경쟁이 과열되던 온라인 유통 채널들과 공유 플랫폼들의 궤도 수정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은,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블랙스완’이 더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러한 숙제들이 너무 늦지 않게 완결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함은광
인공지능 기반의 호텔 비즈니스 및 투자 리스크 관리 플랫폼 ‘호텔리시스’의 대표로,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호텔투자본부 본부장으로 근무하며 미래에셋의 글로벌 호텔 투자 포트폴리오 구축을 이끌었고, 인터콘티넨탈호텔그룹에서 신규 사업을 담당했다. 서울대 건축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고, 코넬대 호텔경영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단행본 《호텔 비즈니스 오디세이》와 온라인 콘텐츠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시대의 호텔》이 있다.

 

호텔아비아 편집국 hotelavia@hotelav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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